Space : 같이서울 KACHI SEOULRole : 공간 및 가구 디렉팅Date : 2024년 07월 연간 1,200만 명이 찾는 서울의 관광명소인 북촌 한옥마을. 지난 7월, 그 꼭대기 무렵에 '한국의 멋과 맛을 소개'하는 모토를 지닌 선물 가게, 같이서울KACHI SEOUL 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스탠다드에이가 공간과 가구 디렉팅을 함께 맡은 장소 중에선 처음으로 모두를 위한, 모두에게 열린 곳입니다.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 여러 계절을 겪은 공사 기간 동안 부지런히 담아둔 스케치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21 같이서울스탠다드에이의 공간 기획이번 프로젝트는 북촌한옥마을의 끝자락,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적산 가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건물을 쉼터이자 한국의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선보이고 싶다는 건축주의 의뢰가 있었고, 이에 스탠다드에이는 가구 기획 그리고 다년간 브랜드 큐레이션 마켓인 마켓;를 운영한 경험을 kachi 살려 브랜드 컨택을 포함한 공간 디렉팅의 역할도 함께 맡았습니다. 스탠다드에이의 소식을 꾸준히 접하신 분들껜 공간 디렉팅이란 역할이 의문스럽게 다가갈 수도 있겠습니다. 비록 매번 세세히 소개하진 못했지만, 스탠다드에이가 거쳐온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떠올려보면, 처음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건축가, 시공사와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야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가구를 구상할 때 무엇보다 그 배경이 될 공간을 먼저 생각하기에, 새로운 역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새로운 도전을 앞두었던 당시, DDP 디자인스토어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고 있던 착착 건축사사무소와 새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이번에도 또 한 번 합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한 목표는 옛 흔적에서 복원할 것과 새롭게 더할 것을 고민하고, 이를 조화롭게 완성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스탠다드에이는 이 부분에서 건축주와 건축가의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아,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kachi 제안했습니다. 우선 1층부터 살펴볼까요. 목조로 지어진 적산 가옥 특성상,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기둥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기존의 출입문으로 들어서면 기둥과 기둥이 만들어낸 빼곡한 벽을 마주하는데, 이를 해체하거나 이동하기 어렵다는 점은 1층 활용에 있어 큰 복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착착 스튜디오와의 긴 논의 끝에 건물의 입구를 바꾸는 해결책을 찾았고, 기둥과 기둥으로 연결된 벽(면)을 허물어 물건을 진열하는 선반의 구조로 활용했습니다. 또한 바뀐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제일 안쪽의 공간까지 닿는 고객 동선을 고려, 점차 가구의 규격이 커지고 디테일이 화려해지는 구성을 잡았습니다. 단층 공간에서도 점층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한 것인데, 말로 설명하려니 참 어렵네요.. 1층에서 방문객의 동선과 이들을 맞이할 물건을 채우는 일에 집중했다면, 2층에선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로 인해 1층 만큼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한층 kachi 단정해진 기분으로, 햇살을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안(민규 실장) : 서울의 주택가에서 공사를 하다 보면 이웃과의 마찰 상황이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이웃 간의 옛 정서가 여전히 남아있어 그런지, 큰 문제 없이 마무리했어요. 또한 공사를 하며 다양한 에피소드(종로구의 까다로운 건축법에 대해 아시나요..)가 있었으나 착착 스튜디오의 도움으로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공사 중 2층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매일 보아도 큰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장면이었어요."안 : 건축물로서 생명력이 다한 공간에서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멈춰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건물에 남은 옛 흔적들을 만날 때마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옛사람들의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것을 따라갈 순 없다.'는 걸 느꼈고요. 스탠다드에이가 만들고자하는 가구도 이와 비슷한 결을 가집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kachi 가구의 본질을 지키며 동시대의 미감을 완성해 낼 것.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물건에는 오랜 공과 전통이 깃들어 있어요. 전략적인 효율성과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더라도 이 메세지를 꾸준히 전하고 싶어요.류(윤하 실장) : 건물의 입-출입 동선을 바꾸는 것 외에도 여러 변화를 더했지만, 벽을 마감하는 질감이나 벽지의 선택, 바닥 소재의 종류를 고를 때면 원래의 공간이 간직한 디테일을 떠올려 힌트를 얻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물건을 진열하는 벽면 선반을 만들 땐 오래된 집에 남아있던, 나무 쐐기를 이용한 고정 방식을 살려 넣었고요. 주변을 살피는 중인 듯한 귀여운 까치는 같이 서울의 로고로, 제로퍼제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류 : 사람마다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제각각입니다. 제한된 조건에서 수많은 선택과 끊임없는 조율을 거쳐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 공간 디렉팅의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가구는 하나의 행성계라면 건축은 은하에 가까운 범위라 kachi 느껴요.-마지막으로, 기록자의 입장에서도 남겨보고 싶은 소회가 있어 사진과 함께 덧붙입니다.현장에 처음 간 날, 공사 가림 판의 문이 열리자마자 시선이 닿은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습니다(NF 적 사고로 당시 '서로 눈을 마주쳤다.'라고까지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건물과 너무 가까이에 있어 다음 만남을 섣불리 약속하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새 잎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를 보며 반가움을 느꼈더랬죠. 마지막으로 기록을 담던 날, 어엿한 지지대까지 갖춘 모습을 보고 그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혹독한 공사 현장을 견디고 새 이웃을 맞은 이 나무의 존재가, 꼭대기 집이 가져야 할 따뜻한 배려를 표현한 낮은 담과 더불어, 힘들게 오르막길을 올라 같이서울에 다다를 모든 분들께 스탠다드에이가 전하는 환영의 인사로 여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힘 보태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상 스탠다드에이였습니다! @kachiseoul